22/10/2019
전체 암의 약 5~10% 정도는 유전적 원인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에 의한 것이라는 의미다. 그러나 만약 암의 원인 유전자를 어느 정도 알아낸다고 해도, 이러한 유전자를 바꾸는 것은 매우 어렵다. 진료실에서는 “내 아들, 딸에게 나쁜 유전자를 물려준 것은 아닌지 걱정이 많습니다.”, “어차피 유전자를 고치지 못할 것이라면 그냥 모르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요?”라는 환자들의 걱정을 수시로 듣곤 한다. 그러나 암이 모두 유전되는 것은 아니며, 유전성 암도 예방할 수 있는 여러 방법이 있다.
대표적인 유전성 암으로 BRCA1, BRCA2라 불리는 특수한 유전자 변이로 발생하는 ‘유전성 유방암 · 난소암 증후군’이 있다. 영화 ‘툼 레이더’로 유명한 배우 앤젤리나 졸리는 2013년 5월 자신이 BRCA1 유전자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으며, 스스로 선택해 유방의 예방적 절제술을 받았다고 대중에게 고백해, 이 유전성 암이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졌다. 사실 BRCA는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으며, DNA 손상에 의한 암의 발생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 유전자가 기능을 잃을 경우 평생 유방암 발병 위험이 70~85%, 난소암 발병 위험이 약 22~44%에 이른다. 이외에도 대장암, 췌장암, 자궁내막암, 담관암을 비롯한 여러 암이 발생할 위험이 증가한다. 특히, 이 유전자 변이는 자녀에게 50%의 확률로 유전된다.
그렇다면 가족성·유전성 암의 가능성이 의심스러운 경우는 어떤 것일까?
50세 미만에 발생하거나, 2가지 이상의 암을 진단받은 경우다. 양측 유방, 양측 신장, 양쪽 눈 등 동일 장기의 양쪽에 암이 발생한 경우도 의심스러운 경우다. 남성형 유방암, 수질성 갑상선암, 부신피질암, 월름 종양, 망막모세포종 등 드문 암종을 진단받은 경우도 해당한다. 가까운 친족에서 비슷한 암이 많이 발생하는 경우도 가족성·유전성 암을 고민해야 한다.
만약 내가 가족성·유전성 암의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군 환자라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우선 의료진을 만나 자세한 가족력 파악과 위험도 평가를 받아야 한다. 가족력과 암 병력을 종합해 유전자 검사를 진행하고, 결과에 따라 일반 암 검진보다 정밀한 검진을 받거나, 예방적 시술을 받거나, 약물을 복용하거나, 생활 습관 교정에 대한 상담을 받아야 한다. BRCA 유전자 변이에 의한 ‘유전성 유방암 · 난소암 증후군’의 경우 이러한 방법을 통해 조기 발견 또는 50-96% 가량의 암 위험도를 낮출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만약 유전자 이상에 의한 것이 아니라면 일반적으로는 정밀 암 검진과 생활 습관 교정이 권고된다, 세계암연구기금(WCRF)과 미국 암연구소(AICR)는 전체 암의 34~50%는 생활 습관의 개선을 통해 예방 가능하다고 했다.
외국의 경우 유전성 암 상담과 검사의 목적은 자신의 건강을 위한 것인 경우가 많으나, 우리나라 환자는 부모, 형제자매, 자녀의 건강에 대한 염려가 많다. 그런 한편, 유전성 암에 대해 특히 자녀에게 알렸다가 원망받을 일을 걱정하는 일도 많다. 하지만 비가 올 것을 알면 우산을 챙겨 집을 나서듯, 우리 가족의 암에 대해 더 정확하게 알아야 암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서울경제] 전체 암의 5~10%가량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에 의한 것이다. BRCA1·BRCA2 유전자 변이로 발생하는 ‘유전성 유방암·난소암 증후군’이 대표적이다. 영화 ‘툼 레이더’로 유명한 배우 안젤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