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다

빛.나다 심리상담, 꿈분석, 부모됨 모둠(양육 교육 및 상담)을 통해 무의식의 의식을 비추어 ‘나’로 회복하는 공간 [빛.나다]는 심리상담을 통하여 무의식에 의식의 빛을 비추는 시공간입니다. 이야기상담, 꿈상담, 모래놀이상담으로 진행합니다.

—공감이 아니라 사랑이어야 한다/앙드레 지드수많은 감미로운 것들을 위하여, 나타나엘이여. 나는 사랑을 소진했다. 그것들이 찬란한 것은 내가 그것들을 향하여 끊임없이 뜨겁게 달려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지칠 줄을 몰랐다...
05/09/2025

—공감이 아니라 사랑이어야 한다/앙드레 지드

수많은 감미로운 것들을 위하여, 나타나엘이여. 나는 사랑을 소진했다. 그것들이 찬란한 것은 내가 그것들을 향하여 끊임없이 뜨겁게 달려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지칠 줄을 몰랐다. 모든 열정이 나에게는 사랑의 소모, 감미로운 소모였다.
이단 중에서도 이단이던 나는 고려의 대상에서 제외된 의견들, 극단적으로 우회하거나 서로 대립하는 생각들에 항시 마음이 끌렸다. 어떤 사람을 만날 때면 나는 오직 그의 남들과 다른 면 때문에 흥미를 느낄 뿐이었다. 그리하여 나는 나의 마음속에서 공감(共感)을 몰아내 버리기에 이르렀다. 공감이란 다만 공통된 감동의 인정에 불과한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나타나엘이여, 공감이 아니라——사랑이어야 한다.

―앙드레 지드 André Gide, 김화영 옮김, 『지상의 양식 Les Nourritures Terrestres』(민음사, 2007)中에서

—본능의 천적/클라리사 에스테스우리의 마음속에는 나름의 가치 체계와 동기 및 수단을 지닌 여러 존재들이 공존하고 있다. 한 심리학 이론에 따르면, 우리는 이런 존재들을 포착해 몇이나 되는지 세어본 다음 이름을 붙이고...
18/07/2025

—본능의 천적/클라리사 에스테스

우리의 마음속에는 나름의 가치 체계와 동기 및 수단을 지닌 여러 존재들이 공존하고 있다. 한 심리학 이론에 따르면, 우리는 이런 존재들을 포착해 몇이나 되는지 세어본 다음 이름을 붙이고 이들이 참패한 노예처럼 물러갈 때까지 꽁꽁 묶어둔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행위는 여성의 눈속에서 춤추는 야성적 불을 꺼뜨리고 말 것이다. 그녀의 뜨거운 불길과 모든 불꽃도 꺼져버릴 것이다. 우리는 여성 본래의 아름다움을 타락시켜서는 안 된다. 대신 이 모든 존재들을 위해 야성의 지대를 마련한 뒤 예술이 필요하다면 예술을, 사랑이 필요하다면 사랑을, 치유가 필요하다면 치유를 받도록 해주어야 한다.
내면의 존재들이 이성을 잃고 생각 없이 파괴를 일삼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런 존재들도 거처를 주어 한 곳에 머무르게 해야 한다. 특히 심리에서 가장 기만적이고 가장 강력한 도주자 그룹은 우리의 의식을 자극하고 봉쇄하기를 원하는데, 이것은 바로 본능의 천적이다.

—클라리사 에스테스 Clarissa Pinkola Estés, 손영미 옮김, 『늑대와 함께 달리는 여인들 Women Who Run With the Wolves』(이루, 2013) 中에서

———
우리 안에 있는 모든 존재들을 위해 야성의 지대를 마련해 보도록 합니다.
“예술이 필요하다면 예술을, 사랑이 필요하다면 사랑을, 치유가 필요하다면 치유를” 받을 수 있도록 말이에요.

존재들에게 거처를 주는 꿈을 통해 함께 머물러요.

—김윤아, [4월은 가장 잔인한 달]_1종을 치며 “이제 가면 언제 오나아”를 구성지게 부르는 그녀의 모습은 흡사 상여를 이끄는 여사제 같았다. 그렇게 홀연히 죽은 이들을 부르는, 또는 보내는 삶과 죽음에 경계에 선...
12/04/2025

—김윤아, [4월은 가장 잔인한 달]_1

종을 치며 “이제 가면 언제 오나아”를 구성지게 부르는 그녀의 모습은 흡사 상여를 이끄는 여사제 같았다. 그렇게 홀연히 죽은 이들을 부르는, 또는 보내는 삶과 죽음에 경계에 선 그녀는, 2시간 30분을 꽉 채워 빛과 어둠 사이, 꿈과 현실 사이의 경계라는 작두를 타며 신명나게 자신 안의 불덩이를 토해 놓았다.

T.S.Elliot의 [황무지]에서 인용한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을 콘서트의 이름으로 붙이고, 그녀는 잔인함에 대해 노래했다.
공허라는 잔인함, 죽음이라는 잔인함, 그리고 사랑이라는 잔인함.

리처드 도킨스를 인용하며 우리는 단지 ‘유전자의 숙주’일 뿐이라고, 자신은 그 말이 맞다고 믿는다고 말한 그녀는
우리가 뭔가에 매혹되는 것 역시 그저 유전자의 선택일 뿐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그렇게나 나약한 존재들, 우리는 그렇게나 공허한 존재들이라고.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녀는 그래서 쉽게 자신을 매혹 당하는 존재로 두는 듯 하다. 그녀가 고백하는 많은 것들에 쉽게 매혹되어 그 매혹에 흠뻑 빠지고, 그것들을 노래하면서 공허함을 채우는 것 같았다. 공허가 자신이 노래하는 원동력이라는 말이 그녀의 생각을 확인시켜주었다.

유한한 존재인 인간은 절대 타인의 고통에 공감할 수 없음을 확신한다는 그녀의 말에 나는 동의한다. 공감이 아니다. 동의다.
하지만 동의를 하는 순간, 그래서 오로지 혼자일 수 밖에 없는 잔인함이 공감되는 착각이 일었다. 그녀가 노래하는, 타인에게 가 닿을 수 없는, 잔인한 고통을 나 혼자만 느끼는 것이 아니라, 다른 형태와 질감이지만 그녀도 느끼는 있다는 위로라는 속으로 빠져들었기 때문에.
마음껏 착각하면서 그녀의 고통 속에서 나의 고통을 만나 신나게 울었다. 2016년 발간된 그녀의 앨범 [타인의 고통]은,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듣고 나서 듣는 행위가 너무 힘들어 자주 꺼내 듣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이다.
그녀의 음악이 BGM이 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배경으로 틀어놓았다가는 온 정신이 그녀의 음악에 포로가 되어 하던 일을 멈추어야만 하므로.
그녀는 그렇게 그 누구와도 공감할 수 없다는 자신의 깊은 고통 속으로 나를 초대하여 쉽사리 보내주지 않곤 했는데.
더군다나 콘서트 홀에 갇힌 수인의 상태로는 오죽했겠는가.
나의 오감을 사로잡는 그녀의 고통 속으로, 나의 고통을 만나러 들어가는 수 밖에.

유전자의 전달자로서의 역할을 행할 뿐인 공허한 삶에서, 타인에게 절대 가 닿을 수 없는 가혹한 현실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사랑 뿐이지 않겠냐고 그녀는 말한다.
그리고 그녀는 다시 말한다, 잔인한 사랑을. 사랑은 고통이다. 사랑은 언젠가 끝난다. 영원한 것은 없다. 그러나 완벽한 사랑이 있다. ‘완벽한 사랑?’ 궁금증이 이는 순간, 그녀가 관객석의 불을 밝혀 질문을 던졌다. “여러분, 완벽한 사랑은 있어요. 여러분은 완벽한 사랑을 뭐라고 생각하세요?”
“엄마의 사랑이요”, 전 엄마가 둘인데, 엄마들을 노래해야 한다면 십일을 해도 모자라요.
“조물주의 사랑이요”, 전 신을 믿지 않아서.
그녀는 앞전에 이미 말했다. 인간은 공허해서 뭔가 확실한 것을 불들려고 한다고. 그래서 누군가는 종교를 갖고, 결혼을 하고, 애를 낳는다고.
그건 그녀가 말하고자 하는 완벽한 사랑이 아님에는 틀림 없었다. 궁금증이 극에 달할 때쯤, 그녀가 마이크를 잡고 다시 말했다.
“완벽한 사랑은, 가질 수 없는 사랑이에요.”
가질 수 없기 떄문에 사랑 그 자체만 남는 것, 그래서 완벽할 수 있는 것.
말장난인가 싶어 고개가 갸웃거리다가 어느새 고개가 끄덕여졌다.
매혹 중에서도 파국으로 치닿는 매혹, 그런 사랑은 사랑 그 자체로 완벽하게 남는다.
공연 초반에 부른 정훈희의 ‘안개꽃’이 떠올랐다. 이제는 그 노래와 뗼레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된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의 마지막 장면도 함께.
바닷물 속으로 사라져 완전한 미제 사건으로 남아버린 서래의 사랑. 안개 속에서, 파도 속에서 “서래씨이!”를 외치며 헤매이던 해준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것은 가질 수 없는 것으로 남아버린, 그래서 영원이 되어버린 사랑에 대한 인간의 깊은 향수 때문이 아닐까.

—김윤아, [4월은 가장 잔인한 달]_2작년에 나온 그녀의 앨범 [관능소설]에는 매혹 당하고, 그렇게 빠지고, 다시 또 “마지막 장면에서”, “냉정히 입맞춤도 없이 돌아서 가는” 사랑이, 그녀가 가득 그려져 있다. ...
12/04/2025

—김윤아, [4월은 가장 잔인한 달]_2

작년에 나온 그녀의 앨범 [관능소설]에는 매혹 당하고, 그렇게 빠지고, 다시 또 “마지막 장면에서”, “냉정히 입맞춤도 없이 돌아서 가는” 사랑이, 그녀가 가득 그려져 있다.

얼마 전 오랜만에 이소라의 [봄밤 핌] 콘서트를 다녀와서는, 오랜 시간 잊고 산, ‘상실의 고통’을 떠올렸었다. 사랑하는 이를 상실한 고통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게 나를 잡아끄는 소라 언니의 동굴 속에서 고통스럽게 사경을 헤매다 콘서트 홀을 나오면서, ‘아, 나 살아있구나’ 하는 마음이 피어올랐다. 살아있음을 느끼는 것은 고통 덕분이다. 고통을 느낄 때 우리는 ‘내가 여기 있다’는 것을 실감하기 때문이다. 나는 소라 언니의 음악을 들으면서 내 삶에서 떠나보낸 사랑했던 이들을 떠올렸다. 그들을 추억했다. 이소라의 음악은 상실한 이들이, 완전히 상실된 것이 아니라 하늘의 별이 되어 어딘가에 떠 있으리라는 어둠의 환상 안으로 나를 데려갔으므로 그들을 그렇게 떠올리는 것이 가능했던 것이다. 그곳은 어둡지만 따스했고, 축축하지만 포근하게 느껴지는 환상의 시공간이었다. 그것은 견딜 만한 고통을 아름답게 해 주었다.

하지만 김윤아의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에는 환상 따위는 없었다. 두 발을 온전히 땅에 딛고 나는 너, 어둠을, 공허를, 죽음을, 고통을 직시하겠다는 강렬한 그녀의 의지가 그녀를 맨발로 작두 위에 올려놓았는지도 모른다. 이 어둠은 현실적이고, 만져질 정도로 구체적인 것이었다. 김윤아의 음악을 몽환적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지만, 사실 그것은 몽환이 아니었다. 몽환으로 두고 싶었던 것은 고통을 피하고 싶었던 나의 욕망이었으리라. 누구를 상실한 것인지, 구체적인 대상이 떠오르지 않는 상실 그 자체의 고통, 누구를 사랑한 것인지, 구체적인 대상이 떠오르지 않는 사랑 그 자체의 고통 앞에서 나는 온 마음을 열고 울 수 있었다. 울어야 했다. 그녀가 그 경계까지 나를 끌고, 밀고 갔기 때문에.

공연을 보고 하룻밤이 지나고, 공연을 본 지 24시간이 되어가는 지금도, 가슴이 가끔, 아니 자주 욱씬거린다.
그녀의 포효가 나의 유전자에 길을 하나 터 놓은 것 같이, 이제는 그녀의 공연을 보기 그 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을 것 같이, 내가 그녀에게 매혹되었기 때문이다. 아프고, 고통스러워 매일 들을 수도, 가볍게 들을 수도, 가까이 들을 수도 없지만, 이 매혹이 내 기억에서 지워지기 전에 나는 반드시 다시, 그녀에게 매혹당하기 위해 그녀를 찾을 것이다. 나의 유전자에 선명하게 새겨진 이 길을 자국으로 남게 할 수 없으므로. 이 길을 이어가라는 내 유전자의 명령에 따라 나는 숙주답게 내 삶을 살아내야 하므로.
당당하게 다시, 또, 흠뻑 매혹 당하기 위해서.

김윤아를 만나러 갈 그 날을 기다린다.

기어이, 봄은 왔어요.하지만 봄날에도 먹구름이 드리우고, 비도 오고, 꽃샘 바람이 불겠지요. 그리고 기어이 쨍하고 맑은 하늘에, 살랑살랑 봄바람도 불 거에요.흐드러지게 꽃잎이 다 떨어지기 전에 지금, 여기를자각하겨,...
09/04/2025

기어이, 봄은 왔어요.

하지만 봄날에도 먹구름이 드리우고, 비도 오고, 꽃샘 바람이 불겠지요.

그리고 기어이 쨍하고 맑은 하늘에, 살랑살랑 봄바람도 불 거에요.

흐드러지게 꽃잎이 다 떨어지기 전에 지금, 여기를
자각하겨, 직시하고, 만끽하고,
할 수 있는 것을 매일, 성실하게 해요.

쨍 하고 해 뜰 날,
한바탕 화사하게 웃고.
다시 드리울 먹구름에도 주저앉지 않게요.

여의도에도 기어이 봄이 왔어요.
아직, 아직, 아직이지만,
오긴 왔어요, 기어이.
봄이.

-어떤 관계/한강어떤 관계는 고인 물처럼 시간과 함께 썩어간다는 것을, 거기 몸을 담근 사람까지 서서히 썩어가게 한다는 것을 나는 몰랐다. 소유와 의 존, 집착과 연민, 쾌락과 무감각과 환멸, 한줌의 간절한 진실이 ...
01/04/2025

-어떤 관계/한강

어떤 관계는 고인 물처럼 시간과 함께 썩어간다는 것을, 거기 몸을 담근 사람까지 서서히 썩어가게 한다는 것을 나는 몰랐다. 소유와 의 존, 집착과 연민, 쾌락과 무감각과 환멸, 한줌의 간절한 진실이 한 무더기의 뱀들처럼 서로의 꼬리를 물고 얽히는 동안, 땅 밑에서 하나 씩 뿌리가 문드러져가는 나무처럼 어깨가 굽고 목소리가 잦아들어 가 리라는 것을 몰랐다. 마침내 아들과 아내를 버린 K가 나와 함께 살았 던 마지막 삼 년이 가장 나빴다.

―한강, 『바람이 분다, 가라』(문학과지성사, 2010)

——
소설을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이유.
세 문장으로 두 사람이 함께 한 10여년을 그릴 수 있게 해주어서.
적확한 단어와 조사들의 이음으로 두 사람이 겪은 세월의 정수가 압축되어 내 가슴을 후벼파기 때문에.

이 세 문장에서 16화를 가득 채우는 드라마 한 편이 가능한데 그래서 또,
드라마를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이유.
압축된 정수의 뼈 마디마디, 그 사이를 채우고 있는 근육의 섬유 마디마디를 흐르듯 따라가며 가슴으로 느끼고서 비로소 이 세 문장이 머리에 명징하게 남기 때문에.

하지만, 그래서 소설이란 순수문학이 어쩔 수 없이 드라마라는 대중예술의 우위에 있는 것.

나를 느끼게 하고 생각하게 하고,
자극하고, 일깨우는 글.

사무치게 불어오는 글을 붙들고 있는,
바람이 부는 봄의 오후—

09/12/2024
—〈자기〉를 통한 어우러짐/분석심리학(・・・)모든 내적 과정이 그러한 것처럼, 의식적인 자아가 모호한 투사의 대상을 발견하고 그것을 자기 외부가 아닌 내부, 즉 자기 내면에서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한, 결국 당사자의 ...
28/09/2024

—〈자기〉를 통한 어우러짐/분석심리학

(・・・)모든 내적 과정이 그러한 것처럼, 의식적인 자아가 모호한 투사의 대상을 발견하고 그것을 자기 외부가 아닌 내부, 즉 자기 내면에서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한, 결국 당사자의 인간관계에 질서를 부여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자기〉이다. 정신적인 동조 관계에 있거나 지향하는 바가 유사한 사람들은 이 방법을 통해 서로를 찾아내어 관계를 맺고, 보통의 사회적 혹은 조직적인 인간관계를 초월한 자신들만의 모듬살이를 만들어 낸다. 이렇게 만들어진 모듬살이는 다른 모듬살이와 갈등하지 않는다. 다만 여타 집단들과 전혀 다른, 독립적인 집단일 뿐이다. 이렇듯 의식적으로 실현된 개성화 과정은 개인의 인간관계까지도 변화시킨다. 혈연이나 비슷한 관심사로 맺어진 친숙한 인간관계의 어우러짐은 다른 유형의 어울림, 즉 〈자기〉를 통한 어우러짐으로 대체된다.

―칼 융 Carl G.Jung 외(이번 장은 마리루이제 폰 프란츠), 이윤기 옮김, 「개성화 과정」(『인간과 상징 Man and His Symbols』, 열린책들, 2012) 中에서

——

“〈자기〉를 통한 어우러짐”은 자아가 자신의 선을 위하여 만들어낸 어우러짐과 다르다. ‘내면의 소리’라고 하는 〈자기〉에 집중하면 ’자기중심적‘이 되어, 더 나아가서는 ‘이기적‘이 되어 관계에 더 미숙해지고 고립되는 것이 아닌가 우려하는 이들이 있다. 〈자아〉가 아닌 〈자기〉를 통한 어우러짐에는 “인간관계에 질서를 부여하는” 궁극적인 〈자기〉의 힘이 작용한다.

이런 모듬살이를 경험하기 위해서는 내 안의 〈자기〉의 소리에 집중하여 남이 아닌 내 안의 부분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 이들이 모인 모듬살이에는 다양한 소리가 존재한다. 갈등이 없는 것이 아니라 해소되고 확장되는 개인들이 어우러진다. 확장되며 다채로움이 함께 경험되는 모듬살이가 가능해진다.

꿈을 통해 나의 내면을 살피며 자아가 아닌, 자기를 통한 어우러짐으로 나아가요.

-18. 12. 16“나는 네가 잠옷을 입는 소리를 듣는다. 그래도 모든 것이 다 끝나려면 아직 한참 멀었다. 다시 수백 개의 작은 행동들이 있다. 나는 네가 나 때문에 서두르고 있음을 안다. 분명 이 모든 것은 그...
06/07/2024

-18. 12. 16

“나는 네가 잠옷을 입는 소리를 듣는다. 그래도 모든 것이 다 끝나려면 아직 한참 멀었다. 다시 수백 개의 작은 행동들이 있다. 나는 네가 나 때문에 서두르고 있음을 안다. 분명 이 모든 것은 그러니까 꼭 필요한 일들이고 너의 가장 내밀한 자아에 속한 일들이리라. 동물들의 말 없는 거동처럼 아침부터 저녁까지 너는 네가 전혀 알지 못하는 수많은 수를 써서 어떤 것 속으로 폭넓게 퍼져 있고 그곳에서 나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른다!
우연히 나는 그것을 느낀다. 열이 있고 너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로베르토 무질 Robert Musil, 신지영 옮김, 「밝은 귀」(『생전 유고』, 워크룸 프레스, 2007) 中에서

—-
‘기다림’은 모든 감각을 극대화시킨다. 기다림 앞에서는 시간마저 그 고유의 객관성을 잃는다.

‘너를 기다리고 있’는 동안 네가 내는 모든 소리에 오감을 집중하고 있는 화자를 보라. 그는 ‘귀’로만 듣는 것이 아니라 감고 있는 눈으로, 털이 곤두서는 피부로, 너의 모든 향에 끌리는 코로, 너를 음미하는 혀로, 오감을 통해 너를 쫓고 있는 생각으로, 너를 만날 아니, 만나고 있는 심장과 이 모든 것의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는 맥박으로, 너를 듣고 있다.

‘나 때문에 서두르고 있’는 너를 내가 가진 모든 것을 통해 듣고 있는 나에게 1초의 시간은 몇십분지 일로 쪼개진다. 찰나는 한없이 늘어지고 네가 내게 닿을 때까지 무한대로 늘어지는 찰나 속에서 나의 오감은 방황할 것이다.

‘기다림’이란 그런 것.
나의 모든 것이 오감의 한계를 넘어 네게 가는 것. 기다림이란.

-자기the Self의 발견/분석심리학고대 아라비아의 연금술사 모리에누스는 이렇게 썼다.“이것(현자의 돌)은 그대들의 내부에서 나와야 하는 것이다. 그대는 바로 이 돌의 소재인바 그대 속에서 이것을 찾아낼 수 있다....
24/05/2024

-자기the Self의 발견/분석심리학

고대 아라비아의 연금술사 모리에누스는 이렇게 썼다.
“이것(현자의 돌)은 그대들의 내부에서 나와야 하는 것이다. 그대는 바로 이 돌의 소재인바 그대 속에서 이것을 찾아낼 수 있다. 더 분명하게 말한다면 그들(연금술사들)이 그대들에게서 이것을 꺼냈다. 그대가 이것을 깨닫는다면 이 돌의 사랑과 존귀함이 그대 속에서 자랄 것이다. 이것은 의심할 나위 없는 진실임을 알아야 한다.”
이 연금술사의 돌lapis은 결코 없어지거나 분해될 수 없는 어떤 영원성을 상징한다. 일부 연금술사들은 이것을, 자기 영혼 속에 있는 신에 관한 신비스러운 체험에다 견준다. 이 돌이 지닌 피상적인 심리 요소를 온전히 연소시키는 데는 기나긴 고통의 세월이 필요하다. 그러나 대개의 사람들이 일생에 한 번쯤은 심오한 내적 체험을 통해 〈자기〉를 만나게 된다. 심리학적인 관점에서 볼 때, 순수한 종교적 태도라는 것은 이러한 독자적 체험을 추구하고자 하는 열의와, 그 체험과 꾸준히 조화를 이루고자 하는 노력으로 이루어진다(이것은 돌 자체가 어떤 의미에서 영원한 존재라는 점과도 관련이 있다). 이러한 열의와 노력을 통해서만이 〈자기〉는 우리의 내적인 동반자가 되고, 이때야 비로소 우리는 〈자기〉에 끊임없이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칼 융 Carl G.Jung 외(이번 장은 마리루이제 폰 프란츠), 이윤기 옮김, 「개성화 과정」(『인간과 상징 Man and His Symbols』, 열린책들, 2012)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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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_
마음 전체의 중심핵인 자기the Self는 우리의 의식의 한계로는 파악할 수 없는, 우리 의식의 한계를 초월하는 어떤 것이라고 칼융은 말한다. 자기the Self라는 개념은 아마도 니체가 말하는 ‘힘’, 더 거슬러 올라가 쇼펜하우어가 말하는 ‘의지’와 비슷한 개념이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의 의식 너머, 무의식의 어디선가 생동하는 힘. 하지만, 촘촘한 의식의 한계 속을 헤매고 있는 우리에게 〈자기〉는 지성으로 파악할 수 없는 어떤 것이다. 그것은 영성을 통해서만 ‘체험’할 수 있는 어떤 것이라고 칼융은 말한다. 인간이 의식(알아차리고 이해할 수 있는)의 한계를 초월한 어떤 것을 향해 마음을 기울일 때-예수는 ”네 마음을 다하고 네 목숨을 다하고 네 정신을 다하여“라고 표현했다- 할 수 있는 ”심오한 내적 체험“.

그곳에서 사랑과 존귀함이 자란다. 그것은 의심할 나위 없는 진실이며, 이 생동감을 체험할 때 우리는 나의 작은 한계 너머로 한 걸음을 내디딜 수 있다.

꿈을 통해 〈자기〉에 귀 기울여 봅니다.

-아니무스의 긍정적인 측면/분석심리학아니무스의 긍정적인 측면은, 진취적인 정신, 용기, 진실, 그리고 지고한 차원의 영성靈性으로 화신할 수도 있다. 이러한 아니무스와 만날 경우 여성은 자신의 문화적 개인적 상황의 저...
03/05/2024

-아니무스의 긍정적인 측면/분석심리학

아니무스의 긍정적인 측면은, 진취적인 정신, 용기, 진실, 그리고 지고한 차원의 영성靈性으로 화신할 수도 있다. 이러한 아니무스와 만날 경우 여성은 자신의 문화적 개인적 상황의 저변에 깔린 여러 경향을 체험할 수 있을뿐더러 한층 강화된 의미에서의 영적인 삶의 길을 찾는 것도 가능해진다. 물론 이러한 결과는, 자신의 아니무스가 제시하는 의견은 비판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믿음을 버릴 때만 가능하다. 여성은 자신의 믿음은 물론이고. 신성한 확신조차 의심할 수 있는 용 기와 내적인 마음의 넓이를 찾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야만 자신의 무의식이 보내오는 여러 가지 제안(아니무스의 의견과 대립되기도 하는 제안까지)을 받을 수 있다. 이때가 되어야 비로소 《자기》의 표현을 받아들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의미까지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칼 융 Carl G.Jung 외(이번 장은 마리루이제 폰 프란츠), 이윤기 옮김, 「개성화 과정」(『인간과 상징 Man and His Symbols』, 열린책들, 2012) 中에서

——
”의심할 수 있는 용기와 내적인 마음의 넓이“를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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