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03/2025
9시 43분
창문을 열까, 방충망까지 열어버릴까.
기온 14도. 교육 시작까지 남은 시간 17분.
현재 인원 13명.
조별로 정돈된 책상들, 텅 빈 채 정적을 머금고 있다.
교재를 손에 든 수강생들은 어딘가 불안한 기색을 내비친다.
방금 도착한 이들도, 미리 와 있던 이들도
서로를 의식하지만 말을 건네지 않는다.
9시 45분
교육의 시작을 맡은 박수현 강사가 강의실에 들어섰다.
그가 던질 화두는 ESG 트렌드에 따른 장애인 고용 변화와 방향.
기업의 지속 가능성과 장애인 고용의 관계를 분석하는 시간.
하지만, 그 이야기를 들어야 할 이들은 어디에 있는가.
흩어진 의자들 사이로, 강의실이 더 넓게 느껴진다.
9시 46분
두 명이 새로 도착한다. 이제 15명.
교육 시작까지 남은 시간 14분.
수강생들의 시선은 강의보다도 출입문을 향해 있다.
“이대로 가는 건가요?”라는 질문이 눈빛에 담겨 있다.
도시의 방어기제는 익숙하다.
존재를 인정하되, 서로를 직면하지 않는 법을 터득한 사람들.
그러나 지금 이 공간은?
누군가는 숫자를 세고, 누군가는 자리 배치를 다시 계산한다.
9시 49분
서예진 강사에게 준비가 완료되었다는 연락이 왔다.
하지만 그 말은 불안을 지우지 못한다.
그의 강의 주제는 ‘생성형 AI를 활용한 PPT 교안 제작’.
기술이 강의를 보조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 자체가 강의의 주제가 되는 순간.
우리는 이를 위해 멀티탭까지 준비해 두었다.
그러나, 50대의 노트북이 켜질 자리가 아직도 절반 이상 비어 있다.
기술은 이미 빛날 준비를 마쳤지만,
그 빛을 받아야 할 자리는 여전히 비어 있다.
9시 52분
현재 인원 20명.
출입문은 생각보다 천천히 열린다.
9시 56분
김현종 교수, 교육장으로 오는 중.
그의 주제는 ‘빅데이터로 살펴보는 장애인 고용 트렌드와 정책’.
숫자로 직조된 현실, 보이지 않는 패턴을 해석하는 과정.
하지만 지금 그가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숫자는 단 하나.
“지금 몇 명이에요?”
교육 시작까지 4분 남았다.
9시 57분
출입문이 열릴 때마다 시선이 일제히 향한다.
두 명. 이번에는 한 명.
누군가는 다급히 걸어 들어오고,
누군가는 자리 배치도를 다시 살핀다.
9시 58분
한 무리의 사람들이 우르르 들어온다.
의자가 움직이는 소리, 노트북이 켜지는 소리,
그리고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
이제, 빈자리가 오히려 부담스러워진다.
9시 59분
숨을 고르고, 다시 한 번 숫자를 센다.
남은 자리는?
하나, 둘, 저기는…
빈자리인가?
남은 시간은
54초, 53초, 52초.
9시 59분 30초
그런데,
창문을 왜 열었지?
그리고, 내일.
숫자는 사라지고, 그들은 서로의 얼굴이 된다.
의견이 오가고 목소리가 쌓이는 순간,
교육은 완성된다.
2025 직장 내 장애인 인식개선 강사 아카데미
넥스트 레벨 과정 경기 1차 교육
2025년 3월 26일~27일, YBM 연수원
이 교육은 직장 내 장애인 인식개선 강사를 위한
심화형 역량 강화 프로그램으로,
장애인 고용의 변화하는 환경과 흐름 속에서
강사 개개인이 더 깊고, 넓고, 혁신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기획되었습니다.